"대추는 팔았지만, 고마움은 없었다"

보은대추축제 20년, 농가 소득과 지역 브랜드 성장 뒤에 군민들의 헌신
관광객에겐 환영 인사…정작 대추 팔아준 군민들에겐 감사인사 한마디 없어
2026. 10.15(목) 23:56

보은대추축제가 올해로 스무 살을 맞았다.

2007년 민선4기 이향래 군수 시절 탄부면 임한리에서 시작된 보은대추축제는 2010년 민선5기 정상혁 군수 취임 이후 보은읍 보청천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오늘날 보은을 대표하는 가을축제로 성장했다.

그 사이 보은대추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보은군은 지난 20년 가까이 대추를 지역의 대표 소득작물로 육성하기 위해 재배시설 현대화와 생산기반 확충, 품질 향상, 판로 확대 등에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쏟아부었다.

농가들 역시 재배기술을 개선하고 품질 경쟁력을 높이면서 보은대추의 명성을 일궈냈다.

지난해 기준 보은지역 대추 재배농가는 1,258곳, 재배면적은 640여㏊에 이른다. 예상되는 생산량도 1,982t에 달할 만큼 보은대추는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렇듯 보은대추축제는 단순히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축제를 넘어 보은이라는 지역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홍보 창구가 됐다.

대추를 선물하고 맛본 소비자들이 다시 보은을 찾고, 지역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쌓여갔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보은군민들이다.

보은대추가 오늘날의 명성을 얻기까지는 행정의 지원과 농가들의 노력 못지않게 보은군민들의 역할이 컸다.

대추농사를 짓지 않는 주민들조차 가을이 되면 타지에 있는 가족과 친인척, 지인들에게 보은대추를 소개하고 판매를 도왔다.

직접 주문을 받아 농가와 연결하거나 선물용 대추를 구매해 주변에 나눠주는 일도 적지 않았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내 고장의 농산물이 잘 팔리고 지역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렇게 전국 각지로 팔려나간 대추는 또 다른 소비자를 불러왔다.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은대추의 홍보대사이자 판매원이었던 셈이다.

축제 현장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해마다 대추축제가 열리면 지역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교통안내와 환경정비, 관광객 안내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탰다.

대추를 재배하지도, 판매 수익을 얻지도 않는 사람들이 축제의 성공을 위해 시간을 내고 땀을 흘린 것이다.

반면 대추농가들은 축제기간이 수확철과 맞물리는 데다 농장 운영과 판매에 바빠 봉사활동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추농가들이 군민들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히 대추농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은군대추연합회가 그동안 군민들의 도움과 성원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축제가 끝난 뒤 일정금액을 보은군민장학회에 전달하는 일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군민들의 오랜 성원과 자발적인 참여에 대한 감사가 충분히 표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막을 하루 앞둔 축제장을 둘러보다 유독 눈길을 끈 것은 보청천 교량에 내걸린 현수막 한 장이었다.

"보은대추축제장을 찾아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보은군과 대추농가를 대표하는 보은군대추연합회(회장 유재철)의 명의로 내걸린 환영 현수막이다. 먼 길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건네는 반가운 인사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축제장을 찾아온 관광객에게는 환영의 인사를 건네면서, 정작 20년 동안 대추를 팔아주고 축제를 함께 키워온 보은군민들에게는 왜 감사의 인사 한마디가 없는 것일까.

적어도 이날 운영자가 둘러본 축제장에서는 군민들의 오랜 성원과 도움에 감사하는 현수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전에도 그랬다.

현수막 한 장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수막 자체가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그것을 표현하는 자세의 문제다.

보은대추축제는 대추농가만의 축제가 아니다. 행정의 지원과 농가의 땀, 군민들의 성원과 자원봉사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보은군민 모두의 축제다.

따라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고마움을 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이 20년 가까이 이어진 성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스무 살을 맞은 보은대추축제, 이제는 축제의 규모와 판매 실적을 자랑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대추를 팔아준 군민, 축제를 지켜준 군민, 보은대추를 전국에 알려준 군민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 한마디를 건네는 것.

어쩌면 스무 살 보은대추축제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예의인지도 모른다.


보은e뉴스 admin@boeu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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